에콰도르에서 뉴욕까지 우여곡절 (From Ecuador to New York)

얼마전까지는 에콰도르 키토(UIO)에서 뉴욕으로의 비행기를 기다리며 PP 라운지에서 뉴욕 숙소 및 투어 예약하며 시간 때우고 있었다.

 

여행에서 휴대폰 배터리는 생명이기에 라운지 들어오면 항상 휴대폰 충전부터 먼저 한다. 참고로 여긴 벽이 아니라 바닥이다. 이 라운지는 바닥에 콘센트가 있네.

지금 여긴 자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이 부실하다.. 어차피 비행기 타면 기내식 먹을거니까.

 

에콰도르에서만 볼 수 있는 탄산음료인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다. 색깔은 저런데 맛은 암바사에 탄산을 좀 넣은거 같은듯.

 

이륙 시간이 01:20분이었기에 00:50 즈음 해서 게이트로 갔다. 보딩 시간이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1시 20분 가까이 되니 슬슬 게이트를 열어준다. 그 사이 몇시간 후에 할 뉴욕 월스트리트 투어를 허겁지겁 예약하고, 기대기대하며 어느새 비행기에 타 있었다. 벌써부터 잠이 오길래 좀 자고 있을까 했는데…

좀 오래동안 눈을 감고 있었던거 같은데 아직도 비행기가 이륙을 안하고 있다. (???) 시간을 보니 새벽 2시가 좀 넘어있었다. 30분 정도 늦게 이륙하는건 봤는데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 1시간 늦게 이륙하면 착륙할 때도 1시간 늦어서 뉴욕(JFK)에 아침 9시에 도착하겠는데… 다행히 투어를 여유롭게 오후 1시 30분에 잡아놓아서 이래저래 시간 계산해봐도 투어를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2시 30분쯤 되서 비행기에 문제가 있다고 다들 다시 내리라는 것이다. (????) 게이트 앞에서 다시 기다리다보니 항공기 결함 문제로 긴급 보수 중에 있으며 04:30 이륙 예정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항공사에서는 보딩 직전까지 이런 문제를 점검하지 않고 뭐한 것인가…) 예정보다 3시간 10분 늦게 출발하니 도착은 빨라야 11시 10분.. 공항 수속 30분, 숙소까지 1시간하면 12시 40분(구글 맵으로 볼 때 숙소에서 월스트리트까지 30분 정도 소요될 것 같음) 투어 시작 전까지 도착하기가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더 이상만 지연되지 않는다면 투어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정 안되면 숙소로 가지 않고 바로 투어 장소로 가도 되니까) 한숨 쉬며 4시까지 PP라운지 가서 다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도착하니 02:50쯤. 덕분에 라운지에서 1시간 넘게 쉬어보게 됬다. 보통 체크인 후 보딩까지 시간이 촉박하여 이렇게 오래 쉬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예전에 니스에서 암스테르담 갈 때 한번 오래 쉬어봤다만.)

 

다행히 더 이상의 지연은 없었다. 정확히 04:55에 이륙하더라.(원래 보딩을 끝마치고 승무원들이 이륙을 준비하거나 이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 하니 04:55에 이륙했으면 나름 정상적이다.)

 

뉴욕행 에콰도르 항공(Tame, A330)는 국적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좀 실망스럽다. 5시간 40분 비행이면 짧은 시간은 아닌데, 좌석에 있는 것이 터치가 지원되는 스마트 기기가 아니다.(단, 리모트 컨트롤로 채널을 선택하며 영화 드라마 뉴스 등등을 볼 수 있고 일부 영어 자막 지원함) 더불어 내 자리는 무슨 영문인지 리모트 컨트롤이 묶여 있어 빼내지도 못했다.(스튜어디스에게 한번 요청했는데 결국 풀어주러 안오길래 그냥 포기)

 

아침으로 나온 기내식은 오믈렛 한 종류.

 

결국 우려했던 상황이… 착륙도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지연되어 11:43에 도착하였다(사실 이정도 지연은 일반적으로 항공에서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긴 하다). 다만 오후 1시 30분에 월스트리트에서 투어를 앞두고 있는 나에겐 한시가 급할 뿐이다. 과연 투어를 할 수 있을까?

 

여권검사 줄까지 나름 빨리 온다고 왔는데 벌써 줄이 꽉 차 있었다. 사실 뉴욕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월스트리트 투어인데… 줄을 서고 있으면서부터 투어를 취소하면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취소 메일을 보내려고 고민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JFK 공항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와이파이가 없다! 뉴욕을 당장 입국한 나에게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없는데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30분 이상 기다려서 여권검사를 받았으나, 설상가상으로 세관 신고서(customs declarations)을 요구한다.(나는 세관 신고할 물품이 전혀 없으니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건 완전히 내 실수다.) 부랴부랴 세관신고서 받아서 다시 작성하고, 줄을 섰으나 다시 검사 받으려면 아직 좀 기다려야 된다… 검사 받을 때에도 사진 찍고 지문 찍고 국적에 따라서 다음 행선지에 대해 질문도 하고, 필요에 따라선 ESTA도 확인한다. (공무원들이 자기 화장실 간다고 자리 비우긴 하지만 자리에 앉아있을 때에는 어느 나라처럼 사람 답답하게 꾸물꾸물거리진 않았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입국 검사를 철저히 하는건 이해가 간다만 나한텐 이런 상황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결국 13:08 정도 되어서야 입국 수속이 끝난 것 같다.(이미 투어는 포기) 여권 검사 끝나고 들어오니 내 짐이 이미 나온지 오래되어 벨트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아져 있는 상태였는데, 백팩의 커버를 열고 매고 나가려고 하니 옆의 공항 직원이 여기서 짐을 여는 수상한 행동 하지 말고 나가서 하란다. 출국장 나가서도 양쪽에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고 exit로 나가는 길로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용무가 없으면 바로 나가야 된다. 주변에서 가만히 있으면 공항 직원이 여기 계속 머물고 있으면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 빨리 나가란다. (테러 때문인 듯 하다. 미국이 테러에 민감한건 알겠는데 적어도 내가 짐 좀 챙기고 가방 매고 숨 좀 고르고 나갈 시간은 줘야할 것이 아닌가…)

 

이미 투어는 포기해버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일단 공항을 간단히 둘러보고 나가기로 했다. 직원들이 내 영어를 너무 잘 받아주는건 좋았지만, 시설이 열악하여 이번 뉴욕에 대해 나쁜 첫 인상을 주는데 톡톡히 한 몫 했다. 일단 이런 큰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입국장 쪽에는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아 ATM은 2대 있으나 1대 고장나서 1대 밖에 안되고, 선불 심카드는 너무 비쌌다.(예전에 일본에서 하루 인터넷 플랜을 본 적이 있어, 뉴욕에도 혹시 있을까봐 공항 나가기 전에 선불 심카드 및 플랜에 대해 알아봤는데, 최소 1주일 사용에 1GB 선불 심카드가 $55, 협상에 의해 조금 할인이 될 여지는 있는 듯 하지만 하루 밖에 머물지 않는 나에겐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이기에 가격 협상도 포기.)

 

오히려 공항 밖이 더 만족스러웠다. 영어가 잘 통하니 리무진 기사나 버스 기사에게 길을 물어봐도 시원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깥 풍경도 좀 보고 가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비용이나 시간, 편의성 면에서 결국 airtrain 및 metro를 이용하기로 결정.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오니 친절한 한국어 설명. JFK는 terminal이 8개 정도가 있을 정도로 대단히 규모가 크다.

 

메트로 티켓 기기에 가니 대부분 사람들이 메트로 카드(Pay-per-ride, 선불 충전식 카드)로 충전하고 있었다. 기기에 접속해보니 메트로 카드를 충전할건지 등등의 메뉴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이건 거의 100% 메트로 카드를 사용하는게 이득이다. 메트로 카드는 위와 같이 간단한 형식으로 나오고 발급 비용이 $1이다. 또한 충전을 많이 할수록 보너스로 5% 정도를 더 충전해주므로 메트로 카드는 꼭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늘 아무런 정보 없이 뉴욕 와서 와이파이도 없고 딱히 사람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서도, 도착지까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벌써 다 알았다. 뉴욕 시내의 교통은 정말 잘 되어 있는 듯 하다.

 

심지어 메트로 안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속도는 느려서 카톡 주고받을 정도 밖에 안되고, 가끔씩 끊기기도 한다) 공항에서 안되던게 메트로 안에서 되다니 신세계다…(공항에서 boingo 와이파이가 하나 있었는데 연결은 되지만 인터넷이 안되더라. 내가 갔었을 때만 와이파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제발 믿고 싶다. 근데 그 다음날 출국장에 갔을 때에도 와이파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더라.)

 

23번가의 모습! 4월 기준 날씨가 10도 정도로 얼마전까지 남미에서 반팔을 입고 뜨거운 여름을 맛보던 나에겐 춥다… (기온이 저정도면 왠만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뉴욕이 춥다). 호스텔 가던 길에 어떤 한국인 할아버지가 21번가로 가고 싶다길래 내가 도와드렸다. 자녀 분들이 벌써 결혼해서 여기 21번가 주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데… 뉴욕에 한국인들이 많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마침내 호스텔에 도착! 벌써 오후 3시가 좀 넘은거 같다. 투어는 놓치고 기분은 안좋고 날씨는 춥고, 6~7만원 준거 치곤 호스텔 시설이 값어치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그리고 배도 고프다.) 여러모로 기분이 꿀꿀한데, 뭐라도 좀 먹으러 갈까?